세양산업(주) 박세동 대표이사

50대에 명예퇴직 or 젊은 CEO 주물·주조산업이 그 답을 줄 수 있을 것

한국전쟁 직후인 1956년 100달러를 기록했던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지난해에는 2만7천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60여년 만에 270배나 성장한 셈입니다. 특히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을 폈던 7~80년대 우리나라경제는 매년 10% 안팎의 고속성장을 기록하였습니다.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배경 뒤에는 용접·배관·주물·전기·기계조립 기술로 중화학공업을 발전시킨 거목들이 숨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고도성장을 일궈낸 주역들 중 한 명이 세양산업(주) 박세동 대표입니다

Q. 주물·주조산업의 중요성과 7~80년대 주물산업 수준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주물·주조산업은 금속을 녹인 쇳물을 주형(鑄型) 속에 넣고 응고시켜서 원하는 형상의 제품(주물)을 만들어 내는 산업으로 조선, 자동차, 기계, 반도체, 건설 등 모든 제조업의 근간이 될 만큼 중요한 산업입니다. 7~80년대 우리나라는 주물산업이 산업에 미치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주물공장 육성을 위한 정책 수립 및 지원을 아끼지 않았었죠.

저 역시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진행 중이던 ’74년 주물공장에 처음 입사해 우리나라 중화학공업 부흥과 주조산업 발전의 역사에 궤를 함께하며 주물·주조 전문가로 성장해 왔습니다. 첫 입사한 주물공장에 25년간 재직하면서 우리나라 주물기술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진행했죠.

Q. 대표님께서는 수십 년 동안 주물업계에 종사하시면서 공정연구, 기술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셨는데 이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가장 대표적인 연구 성과중 하나가 미국 및 세계에서 인정받는 소방용 안전밸브 생산기술을 개발한 것입니다. 이 기술을 국제 표준화해 국내 주물·주조생산기술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익을 담당했는데요. 미국의 소방 기준을 초월하는 우수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컸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의 주물 제조기술 경쟁력을 세계무대에 알릴 수 있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특히 이 기술을 적용한 주조품과 완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수익을 창출시키고 국익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 것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 큰 자부심이 되었던 계기가 되었죠.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금속가공 생산기술은 매우 열악했으며 품질신뢰도 또한 검증받지 못했었습니다. 때문에 자동차 등에 채용되는 대부분의 핵심 및 정밀주조 부품은 해외 선진국의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죠.

이러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 저는 주물공장 재직 당시 자동차에 채용하는 핵심 주물 부품의 국산화를 진행한 바 있었는데요. 순수 국내 기술로 부품제조에 성공한 뒤 1년여 간 개발품을 테스트했는데, 99%가 불량이었습니다. 주형 조립시 공간을 비우기 위한 core(중자)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원적외선 건조로를 제작해서 성공했는데 접착제가 완전히 건조되지 않고 균열이 생기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해외 전문가들에게도 조언을 구했지만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고심할 수 밖에 없었죠.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주물을 원적외선으로 건조하는 방법을 알게되었고, 이를 적용해 건조한 결과 불량률이 0에 가깝게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이후 이 기술을 현대자동차는 물론, 국내 자동차 메이커 모두에게 1년간의 노하우를 공개해 국내 자동차 부품 국산화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Q. 세양물산·세양산업을 설립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서도 원천기술의 경쟁력이 있어야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 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가진 주물·주조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주조업계에 제공하기 위해 1998년 ‘세양물산’이라는 주물컨설팅 기업을 창업하게 되었는데요. 주물제작 노하우를 관련 업계에 알려주고 기술 지도를 하면서 주물·주조산업계, 연구계, 학계 등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저는 현재 2000년 ‘세양산업’이라는 주물소재 기업을 설립해 값싸고 품질 좋은 해외 ‘주물사’를 국내 기업에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Q. 젊은이들에게 ‘주물과 주조’를 알리는 역할에도 게을리 하지 않으셨는데 어떠한 활동을 해오셨는지요?

독일에서는 기술의 전문성과 우수한 기능을 갖춘 인력을 선생님이라는 뜻을 가진 ‘마이스터(Meister)’라고 칭합니다.

마이스터는 우리나라의 ‘장인(匠人)’과도 같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전념하여 그 분야에 정통한 사람들을 말하는데요. 마이스터나 장인들은 뿌리업계에서는 적잖게 찾아볼 수 있는데, 저 역시 주물업계에 40년 넘게 종사하면서 전문성과 기술력을 쌓아왔습니다.

주조·주물 생산기술에서부터 산업동향까지 전문정보를 산·학·연·관과 공유해 온 저는 ’00년부터 지난 ’15년 9월까지 16년간 서울산업대학교(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주조공학’을 가르치면서 인재 양성에도 노력해 왔습니다.

특히 대학생은 물론 업계 기술자의 재교육을 통해 주물 인력역량 강화에 노력해 온 저는 학생들에게는 주물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관심제고의 기회를, 업계에는 기피현상으로 젊은 주물기술자의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애로사항을 해소할 기회를 제공해 왔죠.

Q. 처음 주물공장에 입사했을 때와 지금의 주물공장은 많은 변화가 있을 텐데 어떻습니까?

7-80년대 대부분의 주물공장은 3D 업종이었지만, 지금의 주물공장은 많은 공정이 자동화되고, 근로환경도 개선되어서 과거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좋아졌으므로 주물공장에 대한 편견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복지여건 또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중소·중견 주물업계의 노력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개선되었으니까요. 주물업계와같은 뿌리기업은 대기업에서는 줄 수 없는 비전과 지속성장이 가능한 미래를 제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주물업계를 외면하고 있어 안타깝지만요.

Q. 주물, 생각을 바꾸면 최고의 블루오션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지요

아무리 첨단기술을 발전하고 제품이 경량화를 요구한다 해도 중량부속품이 해야 할 역할은 존재하기 때문에 주물산업은 변화를 겪을지라도 절대 없어지지 않습니다

시대적 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이 어쩌면 주물산업이 선택과 집중을통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젊은 인재’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요. 젊은 인재가 유입되지 않는 주물업계는 산업 및 기술경쟁력이 악화되고, 기업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경쟁력이 떨어지면 자연히 R&D 투자가 감소하는 등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죠. 특히 이공계 대학에서 주물·주조를 전공하고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수들이 없다보니 동 산업에 대한 젊은이들의 이해도가 떨어지고 주물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제대로 알지 못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러한 환경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주물·주조산업의 비전, 더 나아가 중소뿌리기업으로 취직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혜택, 긍정적효과를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학술대회를 비롯해 주물관련 행사들이 있으면 내가 가진 네트워크를 통해 업계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보다 큰 그림을 통해 미래를 봤으면 좋겠습니다. 50대에 대기업에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 있을지, 아니면 뿌리기업 대표로 자기 사업을 이끌지를 생각에서 인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미래를 보여주고 믿게 만들어주는 것이 주물업계 선배들, 학계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ISSN 2586-1972 (Online) | 등록번호 등록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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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간별 격월 | 기획·디자인 올인원커뮤니케이션, 메드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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